△ 안정환이 9일 저녁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베트남과의 경기에서 베트남의 수비수를 제치고 슛을 날리고 있다. 대전/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승부를 가르는 골의 주인공은 안정환과 김두현이었지만, 진정한 수훈갑은 ‘작은 탱크’ 박지성이었다. 공이 가는 곳에는 항상 종횡무진 박지성이 있었고, 그의 발끝에서 숱한 골 찬스가 나왔다.

박성화 감독 대행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9일 밤 4만515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3차전에서, 전반 29분 터진 안정환(요코하마 마리노스)의 감각적인 선취골과 후반 16분 김두현(수원)의 통쾌한 쐐기골로 베트남을 2-0으로 완파했다.

이로써 한국팀은 2승1무(승점 6)로, 베트남(1승2패 승점3)·레바논(1승1패 승점 3)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며 1위를 지켰고, 내년으로 예정된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 전망을 밝게 했다. 한국팀은 이날 승리로 지난해 10월 2004 아시안컵 예선(오만)에서 졸전 끝에 베트남에 0-1로 패한 것도 완전 설욕했다.

안정환은 2월14일 오만과의 친선경기(울산)에서 2골을 넣은 이후 4개월만에 골맛을 보며 한국팀 승리에 물꼬를 텄다. 특히 2002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6.18일) 연장전에 2-1 극적 역전 골든골을 성공시켰던 바로 그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골을 작렬시켜 축구팬들을 다시한번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안정환-김은중(FC서울)을 투톱, 이을용(FC서울)과 박지성(PSV에인트호벤)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운 한국팀은 전반 중반까지 일방적 공세를 펼치고도 호흡이 서로 맞지 않아 애를 태웠다. 그러나 전반 29분 이을용의 절묘한 패스 한방으로 멋진 선취골을 만들어냈다. 이을용이 아크왼쪽 부근으로 몰고들어가다 왼발로 살짝 옆으로 공을 내주자, 안정환은 감각적인 오른발 슛으로 골키퍼를 살짝 넘겨 오른쪽 골문으로 빨려들어가는 골로 연결시켰다. 8분 뒤에는 김동진(FC서울)의 왼쪽 크로스를 김은중이 헤딩슛으로 연결시켰으나 아쉽게 골포스트 맞고 튀어나왔다.

박성화 감독 대행은 후반 들어 김남일(전남) 대신 김두현을 투입했고, 김두현은 이에 보답이라도 하는 듯 후반 16분 박지성이 살짝 내준 공을 받아 문전 오른쪽으로 질주하며 통렬한 오른발 땅볼슛으로 왼쪽 골문을 갈랐다. 한국팀은 이날 후반 2분 이을용의 왼발 프리킥을 포함해 3번씩이나 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